‘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책 중 세 번째로 읽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오버랩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들었던 그런 작품입니다. 세 번째로 읽게 되는 한강 작가의 소설에 대한 도서 감상문을 포스팅 해 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은 주인공 경하와 그의 친구 인선이 제주에서 있었던 4.3의 아픈 역사에 대하여 그의 어머니, 아버지의 기록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경하가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가 눈보라 치는 폭풍을 뚫고 집을 찾아가는 것이 전반부 내용이라면,
집에서 혼령으로 나타난 인선을 만나,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의 후반부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한강 작가의 소설이 모두 그렇지만 이 소설 역시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참 파악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마도 평상시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던 저의 독서 형태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향점이 명확한 ‘실용서’ 들과는 다르게 소설은 대화를 읽고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유추해야 하는 또다른 독서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일꺼라 생각했습니다.
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가의 이전 인터뷰 영상을 보았습니다. 소설의 분위기는 마치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느낌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지의 강렬함 때문이었을까요, 노벨상이라는 큰 상의 효과였을까요,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한강 작가의 목소리로 책을 읽히기 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 가 어떤 의미인지 게속 고민을 하였습니다. 소설의 제목은 바로 주인공 ‘경하’와 ‘인선’의 기록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검게 먹을 칠한 통나무 99개를 들판에 심고 흰 천이 내려오듯이 눈이 통나무를 덮어주는 장면을 촬영하기로 한 두 주인공의 애도 형식의 기록 영화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약 없이?’
두 여자가 나눈 이야기가 소설을 읽는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4.3의 아픔을 간직하며 끊임없이 오빠를 찾아다닌 인선의 어머니와 공명한 제목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제주 중산간, 4.3 역사의 아픔
이 소설은 이제는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지만, 한동안 제주도와 우리나라에서 말하기 꺼려했던 ‘제주 4.3’ 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 4.3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며,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벽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자국민을 저토록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그것도 섬 전체 인구의 1/10 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확인된 사망자만 1.4만, 비공식적으로 3만에서 6만 가량의 제주도민이 학살 당했다고 하니, 거의 대부분의 제주도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아픔일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 중에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몇 백명 있는 것은 이 사건이 잔인한 학살이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사건을 통해 많은 피해를 본 곳이 바로 제주의 중산간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개령으로 마을을 떠나야 했고, 많은 죽음을 당했으며, 마을이 불타 없어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해안가와 떨어져 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와 매력적인 숲길을 선사하는 도로가 있습니다. 바로 제주 중산간 도로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곳에도 역사의 아픔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왜 진작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저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기가 참 어렵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으며 제주의 아픔이 가슴속 깊이 전달될 때 즈음에 야당 당 대표의 1심 소식을 유튜브 뉴스 속보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법부의 공정판 판단 따위는 기대도 안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법부는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상실감에 가슴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결과보다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준 것은 그 속보에 달리는 사람들의 댓글이었습니다.
“서북청년단”
2024년 새로운 형태의 ‘서북청년단’이 아닐까, 마음이 무겁고 속이 매스꺼웠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끝까지 감정을 유지하며 읽기가 어렵습니다. 소설 중간중간 감정선이 ‘울컥울컥’ 해지기 때문입니다.